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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별 건 아니고 그냥 사는 게 버겁다. 사는 건 언제나 버거웠지만 요즈음엔 조금 더 체감하는 중이다. 내가 영원히 노동하며 살 것도 그 노동도 내가 할 수 있을지 제대로 보장받기도 어렵다. 능력이 없다.

 난 평생 경쟁하거나 누구보다 잘나려 애를 쓰고 노력하는 일에 서툴렀다.

 

 요즘은 기억력도 많이 떨어졌고 인지능력도 많이 떨어졌다.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모조리 잊어버리거나 지하철을 잘못 타거나. 오늘은 울지는 않았지만 거의 그 정도였다. 오늘 있었던 일을 나열하자면…

 

 1. 학원 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계속 자다가 겨우 눈을 떠서 씻었다.

 2. 학원을 가려고 파데를 쳐발랐는데 너무 노릿노릿했다. 근데 늦어서 얼굴을 닦고 다시 화장을 할 수 없었다. 노릿한 상태로 나갔다. 노릿한 베이스를 깔고 화장을 이어가니 뒤가 괜찮을리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3. 부러진 안경 다리를 고쳐야 했다. 그러나 까먹었다.

 4. 밥을 못 먹어 너무 배고팠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것을 다 찾아봤는데 가게가 전부 망해있었다.

 5. 붕어빵 헌팅을 나갔다가 실패했다.

 6.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을 반대로 타서 1 시간이나 지연했다.

 

 사실 이렇게 나열하니 별일 아니다. 존나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들이 쌓여서 화가 폭발 …까진 아니고 그냥 우울했다. 하루에 하나씩 일어나면 아무렇지 않을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니 하나 하나 명징해졌다. 나쁜 일 뒤에 좋은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내가 먹으려던 것과는 달랐지만 먹긴 했고 … 나눔을 빙자하여 친구도 만났고 … 그런데 요즘은 플러스가 마이너스를 상쇄하지를 못한다. 회복탄성력이 너무 더뎌졌다고 해야 하나 … 원래 이렇게까지 병신이 아니었는데 … 사소한 것 하나 하나 너무나 신경쓰이고 화딱지가 나 미치겠다. 새로 산 패딩에서 나는 정체 모를 비린내도 날 미치게 하는 데에 일조한다.

 아 이런 씨발 …

 요즘 정신이 이상하니 과소비도 잦아졌다.

 

 내일은 일하러 가야 하고.

 너무 …

 너무 지친다 …사는 게 힘들다…

 눈 감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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