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들에게 쓴다 나는 우발적이고, 또 지속적이라고 쓴다 일종의 수증기 같은 날들이 빠르게 증발하는 오늘도, 열일곱 번의 우회전과 스물두 번의 좌회전을 하는 거리를 떠돌았다, 그리고 여섯 번 뒤돌아보았다 세 번은 꼭대기들과 마주쳤고 세 번은 꼭대기들의 그림자와 마주쳤지만 움직이는 것들은 서둘러 사라지고 있었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오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거리의 이정표를 읽는다 나는 유일한 어떤 種이고 싶었다 모든 종류의 방언으로 주문을 외었지만 내 걸음은 늘 계절의 노트에 낙서처럼 쓰여질 뿐 이었다 두려운 표정들은 어쩌다 닳은 잉크처럼 희미해지기도 했지만 다시 뒤돌아보면 상점들 유리창에 오래된 얼룩으로 묻어 있었다 여전히 구별되지 않았다 나는 우발적으로 살아있고, 지속적으로 죽어간다 수많은 오늘이 복제되는 거리, 희미한 길 끝에서 구름은 경적소리를 질질 끌고 와서 사거리 한복판에 내팽개친다 모퉁이마다 이상한 그림자들이 모여 썩었다 몇 번인가 허공은 꼭대기 사이로 겨우 고개를 내밀고 숨을 몰아쉬었다 지상의 껍질로 굳어진 콘크리트 벽 사이에서 일정한 방식의 꿈을 지닌 종족들이 끊임없이 번식했다 끝끝내 꼭대기들은 공중의 무엇을 향해 조준하고 있었고 나는 어둠의 일부에게 길의 행방을 다시 묻는다 내 우발적인 오늘과, 지속적인 오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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