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내가 말할래. 내가 나를 해결하고 싶어라. 오늘은 정말로 나만 말할래. 어제처럼 그제처럼 내가 말할래. 있잖아 낳아서 키우고 싶어. 정말이야 딸아이를 키우고 싶다.
기대가 좋아서 릴케가 옳아. 온 평생을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발레리를 만나고 끝났다는 말. 릴케야, 너가 그랬지. 끝이 난 줄 알았다고 너가 썼잖아. 끝이 다시 저 멀리 달아났나 봐? 네가 쓴 문장은 그렇게 읽혀.
내 방에서 만들었지 딸아이 방을. 훔쳐봤어 내 방에서 딸아이 방을. 밀려왔다 밀려가는 벽이 있는 방. 나랑 같이 건너가자 딸아이 방에. 답장 없는 편지를 자꾸만 썼다? 아니야, 괜찮아 나는 쓸 거야. 하루에 한 통씩 쓰고 싶어라. 초대장은 원래 그런 거잖아? 답장을 기대하지 않는 거잖아?
이거 봐, 딸아이가 이거 보라고, 아빠 이거 내가 만들었다고. 애들은 그러더라? 이거 보라고. 뚝, 뚝, 부러뜨린 나뭇가지를 가지런히 땅바닥에 늘어놓고서. 보라고, 딸아이가 보라고 하면. 나는 볼 것이다 나뭇가지를. 낑낑 부러뜨린 나뭇가지를.
몰랐어요, 우리가 멀어질 줄을. 선생님 우리 멀어졌지요? 선생님이 제 졸업에 동의하셨죠? 선생님은 자주 가끔 겪은 일이죠?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까요? 몰랐어요 선생님이 골초라는 걸. 들었어요 어떤 애가 말해줬어요.
뽑기를 어렸을 때 매일 먹고서. 나는 단 것에 신물이 났지. 그리고 나는 내 딸아이에게 단 것을 먹이지 않을 것이다. 단 것을 먹는 친구 옆에서. 단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눈은 펑펑 내렸고 집은 멀었지. 길이 꽝꽝 어는 것을 바라보았어.
케이크랑 차를 파는 가게에 앉아. 웬만하면 나는 내 딸아이에게 단 것을 먹이지 않을 것이다. 언제든지 저가 먹고 싶을 때 흔쾌히 고구마 케이크를 사서. 눈물도 안 나와서 도리 없을 때. 입에다 넣고 씹을 수 있게. 달게, 죄책감 한 개도 없이.
쓸쓸하고 머나멀고 도리 없을 때, 혼자서 가야 하는 먼 집 쪽으로, 내 방에서 내가 만든 너의 방으로. 너의 책장, 너의 침대, 너의 창으로. 초대받는 것이 결국 신물이 나면. 아빠, 다른 쪽도 충분히 멀어. 미끄러운 빙판길을 종종거리면.
들었어요, 선생님이 골초라는 걸. 속았어,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나랑 멀어지고 나서 담배 피웠나요? 아니죠? 언제부터 담배 피웠어요? 있잖아요 선생님 그거 알아요? 저 요즘 사는 게 너무 좋아요
북 치는 걸 배워볼래? 박자를 알게. 아빠는 박치라서 곤란하거든. 박치는 쉬지 않고 계속 떠들지. 딸아이를 사랑한다고. 밤새 지껄이는 거지 까닭도 없이. 사랑이 사랑도 아닐 때까지.
끝이 난 줄 알 테니까 태어나보렴. 두 손으로 내가 너를 떠받들도록. 그리고 너는 새빨간 얼굴. 어느 날 너는 무척 창백한 얼굴. 그래서 너는 카페에 가네. 단 것을 사 넣으러 카페에 가네. 아니지, 그럴 수도 있겠네. 기쁘다. 어쩌면 기쁠 수 있지.
요즘에 사는 게 너무 좋아서, 재잘거렸습니다. 정말 좋다고, 어제처럼 그제처럼 정말 좋아서. 들었어요, 멀어진 선생님 근황. 그러고도 사는 게 너무 좋아서, 내 방에, 방공호에 드러누워서. 나는 배웠습니다. 고요한 눈물. 기다렸습니다. 중요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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