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면접 봤다고 티스토리에 올린지도 한 구 개월. 무사히 붙고, 좆뱅이치고, 남들보단 덜하지만 나한테는 충분히 벅찬 시간을 보냈다. 어제는 알바를 그만두었다. 대책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고, 단순히 힘들었다.
며칠 전엔 꿈을 펼쳐 보겠다고 촬영 보조 스탭 면접을 보러 갔다 왔다. 사장은 희한했고 말이 많았고 깡말랐고. 그 아랫직원은 통통하니 살이 잘 올라서 설설 기는 것이. 아. 좆소. 내가 앞으로 지원하고 다녀야 할. 그 모습이 특별하게 흉측하고 싫었다는 건 아니다. 그냥 내 미래가 너무 단순하고 선명했을 뿐이다. 그 자리에는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내 단편영화를 찍으래도 뽑지 않았을 것 같은 여자 배우 지망생. 의욕은 대단히 넘쳐 보이는 남자. 엑스트라만 맡고 있는 연영과 학생과 깡패 역할을 많이 맡는 사람. 그저 밀려나와 할 일을 찾는 사람. 등등.
특별할 건 없구나 싶었다. 어차피 이런 곳은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 말보다 못한 시급 받으며 누가 개처럼 구르고 싶겠는가? 나는 확인하고 싶었던 거고. 확인해봤자 내 진로에 영향은 없을 테지만.
아. 창작을 하고 싶었나. 싶기도 하다. 싶기도 한 게 아니라 창작을 하고 싶다. 그럴 힘이 없을 뿐이지. 며칠 전에는 은서가 우리집을 뒤엎고 청소를 해주고 갔는데. 은서가 가자마자 원상복구. 이 말을 들은 은서는 노여워했다. (당연하지)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유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일을 그만둔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 죽고 싶어질 것도 같아 말을 줄여야겠다. 사회에서 언제 1 인분을 하고 살 수 있을까? 엄마 왈: 난 얼마나 힘들었겠니? 나의 대답: 그러게. 어떻게 살았어?
사장님은 좋은 분이셨다. 서울에서 만난 가장 좋은 어른이다. 내 커밍아웃도 받아주셨고 우울에 대한 이야기도 받아주셨고. 사장님도 정이 많이 쌓이셨던 것 같다. 알바를 하며 얻는 애정들이 좋았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나만 찾는 영감님이라거나 나한테 박카스를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삐끼 할아버지나 날 공주라고 부르는 아주머니 눈만 마주쳐도 뭘 주문할지 알겠는 많은 손님들 이름이 익숙하고 뭘 먹을지 봉투는 필요한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된 그런 사람들도 나름 싫지많은 않았다.
앞이 막막하다. 생각 없이 일했을 때가 정말 나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